[제266호 6/10] 고품질을 요구하는 건설사와 소비자! 분양가는 올라가는데 내려가는 납품단가? 판유리 제2차 가공업계 치열한 경쟁 속에 현실성 떨어지는 단가전쟁 심화

– 2018년 하반기부터 건축경기 침체 속에 품질경쟁 아닌, 가격 출혈경쟁
– 인건비 및 운송비 증가, 기능성 요구로 공급가격 인상 불가피

최근 고가 재건축을 중심으로 대부분의 아파트를 신축 분양할 때 건설사들은 최고 품질의 건축자재를 사용한다며 열띤 홍보전을 펼치고 있다. 조합원과 분양 신청자도 당연히 최고 품질의 건축자재를 선호한다. 좋은 자재를 사용하여 가치가 올라간 만큼 분양가격이 높아지는 것도 당연한 결과다. 그만큼 건축자재에 대한 제조업체의 납품단가도 올라갈까?
판유리 제2차 가공업계의 경우, 최근 몇 년 동안 높아진 소비자의 요구에 의해 고품질의 제품을 만들기 위한 막대한 설비투자와 하자보증 부담을 떠안고 제품을 생산, 공급하고 있다. 지난 2016년부터 2018년 상반기까지 국내 건축경기가 활성화되면서 복층유리를 중심으로 2차 가공업체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복층유리는 최근 4~5년간 KS표시 인증을 획득한 업체 수가 150여 곳이 증가해 현재 400곳을 넘어선 상태다. 그러나 2018년 하반기부터 하강 국면으로 반전되면서 현재 과당경쟁 체재로 돌입했다. 일감은 줄어드는데 그동안 업체 수는 크게 증가해 동종 업계 간의 동업자 정신은 없어지고, 치열한 단가경쟁만 남은 셈이다.
건축경기가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당장 적자를 보더라도 손을 놓고 있을 수 없고, 살아남기 위한 덤핑 출혈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또 있다. 판유리 가공업체는 건축물의 마감공사로 결제를 제때 받기 힘들고, 때로는 발주처에 놀아나기도 십상이다. 대금의 일부는 회수하지 못하거나 수개월 동안 기다리는 불안한 약속어음에 의지하기도 한다. 어음결제에 의한 고의 부도 피해에도 항상 노출될 수밖에 없는 구조도 애로사항이다.
판유리 가공단가는 높아진 분양가와 고품질을 요구하는 소비자의 눈높이뿐만 아니라, 운송비 및 인건비가 기존대비 크게 상승한 것을 감안하면 더욱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직접 원판유리를 가공하지 않고, 제조설비 없이 영업 및 중간 유통업체가 시장을 좌지우지하며 단가경쟁을 부추기는 등 전체적인 시장을 흐리고 있는 것도 문제다. 원청과 하청을 두고, 다시 재하청이 반복되는 복잡한 유통구조는 파악하기조차 어렵다. 이 과정에서 유리제품은 제 값을 못 받는 구조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밖에 판유리 가공업체는 발주처에서 요구하는 품질, 스펙 및 국가공인시험성적서 등에 부합하는 제품을 제대로 납품하면 의무를 다하는 것이나, 시공 단계에서 발생한 하자책임까지 부담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 판유리 가공업체는 건축물의 에너지 절감에 따른 단열성능을 높이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소프트 로이유리에 아르곤 가스주입 및 단열간봉을 적용한 고품질의 복층유리와 안전성을 강조한 접합유리를 비롯해 더블 및 트리플 로이 강화유리 생산을 위해 설비 신증설 투자도 증가하고 있다. 이미 시장은 단가경쟁이 아닌, 품질경쟁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모 업체 관계자는 “지난 1990년대부터 판유리 가공업을 해오며 당시와 현재 인건비는 6~7배 증가했고 설비와 운송비 및 기타 비용도 역시 큰 상승 폭을 보여 왔다”며 “제조에 필요한 부대비용은 모두 증가하고 납품 단가만 오르지 않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복층유리 제조업체 관계자는 “소비자가 복층유리의 기능성을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만큼 설비투자와 가공공정이 까다롭고 사후책임도 부담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모두가 공존하려면 현재 가공단가에서 20~30% 인상은 불가피하며 업체 간 출혈경쟁은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앞으로 복층유리의 가공 품질 기준과 기술력을 높이는데 중점을 두며 제조업체는 검증된 설비투자와 올바른 원부자재를 사용해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고 제 값을 받는 시장구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경쟁력 있는 판유리 가공공장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수십억 원의 투자가 필요하다. 공장이 대형화되고, 기능성 유리를 요구하는 현 추세에 맞춰 설비의 자동화도 요구되기 때문이다. 수십억의 대규모 투자를 하고도 가공단가는 치열한 경쟁 속에 이끌려 퇴보해야 하는지 모두가 고민해 볼 때다.
한편, 앞으로 건설사를 비롯한 관련업계는 본격적인 경기침체기에 접어들 것이란 전망이다. 올해 1분기 대형 건설사들을 중심으로 대부분 양호한 영업이익률을 보였으나, 정부의 부동산 규제와 예상치 못했던 코로나19 여파로 2분기부터 실적이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건설사들은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하고, 불투명한 미래에 살아남기 위한 생존전략으로 수익 감소에 대한 부분을 자재 납품업체에게 전가시키는 일이 없어야한다. 모두가 힘든 시기를 보내는 지금, 갑과 을의 관계가 아닌, 동업자의 상생협력을 바라며 현실에 맞는 단가를 책정하는 구조가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