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4호 10/10] 태풍에 이은 빌딩 풍! 초고층 건물 구조물과 유리창 줄줄이 파손

– 해안가 주변 고층 건물, 풍압 및 안전성 고려한 세심한 설계 반영되어야
– 안전성 및 2차 피해 최소화 위해 접합복층유리 적용기대감 높아져

올해는 현재까지 총 13개의 태풍이 발생했다. 관측 사상 최초로 7월에는 태풍이 1개도 발생하지 않았지만, 8월에 무려 7개가 발생했다. 우리나라는 9월 마이삭과 하이선 등 강력한 태풍이 잇따라 몰아쳐 적지 않은 피해를 남겼다. 특히, 큰 태풍이 해안가 주변 상업지구로 상륙할 경우, 그 자체의 강한 위력에 바람이 고층 건물 사이사이를 통과하며, 빌딩 풍까지 더해져 순간 세력은 매우 강해진다. 도시 내부에는 높은 빌딩들이 많아서 마찰력 때문에 일반적으로 바람이 약하지만 빌딩에 바람이 부딪쳐 갈라져 불 때는 건물과 건물 사이에서 아주 강한 바람이 불게 된다. 이 바람을 빌딩 풍이라고 말한다. 지상 150미터 이상의 빌딩이 건립되면 상공에서는 바람이 일정 방향으로 불어도 아래쪽에서는 바람이 빌딩의 주위에서 소용돌이치고 급강하하거나 풍속이 2배 이상으로 빨라지기도 하며 때로는 무풍 상태가 된다. 이 때문에 간판이나 지붕이 날려가거나 전선이 끊어질 때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은행, 백화점, 호텔 등 고층 빌딩이 밀집해 있는 곳에서 빌딩 풍이 확인되고 있다.
마이삭이 부산에 상륙할 당시 태풍은 최대 140km까지 몰아쳤다. 해운대 101층 초고층 건물 엘시티를 비롯해 고급 호텔과 주상복합이 즐비한 곳에는 이번 태풍에 이은 빌딩 풍까지 몰아치며, 피해를 더욱 키웠다. 고급 호텔과 고층 주상복합의 외벽과 구조물이 뜯겨나가고, 유리창이 동시다발적으로 파손되었다. 이를 계기로 앞으로는 초고층 건물에 대한 내진 설계와 더불어, 태풍에 이은 빌딩 풍에 대한 풍압을 계산한 설계 반영도 내놔야한다는 목소리다.
이번 피해의 대표적인 초고층 주상복합 건물 중에는 중국산 가공유리 완제품을 적용한 곳이 이슈가 되기도 하였다. 건축 자재 값을 줄이기 위해 풍압과 안전성을 고려하지 않고, 상대적으로 가격만 저렴한 제품을 사용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모 유리 관련업체 관계자는 “부산과 같은 해안가 주변의 고층 건물을 신축할 때는 태풍에 이은 빌딩 풍까지 고려한 설계 반영이 이뤄져야 하는데 건축 자재 단가를 낮추기 위해 안전성을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며 “풍압을 고려한 복층유리 설계와 외벽의 판유리를 접합복층유리로 사용했다면 피해를 최소화 시킬 수 있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더 큰 문제는 바람에 뜯겨져 날아가는 구조물과 유리 파편 등 2차 피해가 더 심각할 수 있다.
이번 태풍으로 인해 고층 건물이 집중된 지역을 중심으로 설계부터 판유리 2차 가공제품의 선택도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다. 해안가와 같은 지역은 풍압까지 고려한 복층유리 설계기준 마련과 안전성 위해 두 장 이상의 판유리 사이에 PVB 필름을 삽입한 접합유리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지난 2019년에는 태풍 링링이 한반도를 강타했다. 유리창에 테이프나 신문지를 붙여 놓는 일시적인 대비에도 강풍 앞에는 속수무책으로 파손되는 곳이 많았다.
태풍 루사, 매미, 올가, 볼라벤, 나리, 차바 등등 기상 관측이 시작된 지난 1951년 이후 매년 한반도에 태풍이 발생하지 않았던 적은 한 번도 없다.
태풍과 같은 자연재해와 더 심각한 2차 안전사고의 피해는 누구한테도 예고 없이 불시에 찾아올 수 있다. 최소한의 예방은 무엇일까? 테이프나 신문지를 붙여 놓는 일이 아니다. 평소 안전에 대한 교육과 의식 및 안정성이 요구되는 장소에 그에 맞는 적절한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