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강화유리는 건축용으로 적합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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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는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화학강화유리가 건축용에 적합한지 알아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유리 관련 산학연 다수의 전문가 및 관계자는 건축용으로 화학강화유리의 단독 적용은 적합하지 않으며, 제한적이라고 답했다.
화학강화유리?
먼저 화학강화유리에 대해 알아보자. 화학강화유리는 화학적 표면처리를 통해 강도를 증가시킨 유리다. 1960년 영국의 Research Cooperation이 최초로 특허 출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플로트 판유리의 나트륨 이온을 칼륨으로 치환시켜 표면에 압축응력을 부여해 탄력성과 강도를 높인 제품이다.
화학강화유리는 재단 등의 후가공이 된다는 것이 장점 아닌가?
이런 질문에 다수의 사람은 장점이라고 답한다. 화학강화유리는 재단 등의 후가공이 물리적으로 가능한 것은 맞지만, 강화 후에도 강화성능을 유지하면서 잘라 쓸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강화성능의 유지를 원한다면, 후가공이 되는 것이 장점일 수 없다.
화학강화유리가 가장 많이 적용되는 스마트폰 유리도 모든 가공은 전처리 후에 강화하는 것이 원칙이다. 화학강화유리도 강화성능 유지를 위해서는 필요한 전처리 가공은 강화 전에 진행해야 한다.
화학강화유리는 왜 후가공시 강화가 풀리는가?
화학강화유리는 표면층만 나트륨 이온이 칼륨 이온으로 치환되며 압축응력이 형성된 강화유리로 강화 층의 깊이가 깊을수록 강도와 내구성이 향상된다. 일반적인 강화 층의 깊이는 20~150 마이크로미터 수준으로 용융염에 침지 시간 증가나 이온 교환의 조건 등을 변경하면 보다 깊은 강화 층의 깊이를 나타낼 수 있다. 이렇게 강도가 높아진 화학강화유리는 재단이나 천공, 연마 등의 후가공은 가능하다. 그러나 칼날, 휠, 드릴 등이 유리를 깎아내는 깊이가 화학강화 층의 두께(수십 마이크론)를 쉽게 넘기 때문에 해당 부위의 강화 효과는 사라진다. 이를 강화가 풀리는 현상이라고 말한다.
일부 가공방식은 전체 화학강화 층의 구조를 무너뜨려 일반 유리 수준으로 되돌아갈 가능성을 높인다.
화학강화유리의 장점 및 적용범위?
화학강화유리는 고투명과 우수한 평활도가 장점이다. 또 복잡한 형상의 유리나 두께 2mm 이하의 얇은 유리도 강화 처리할 수 있다. 현재 기술로 2mm 이하는 열강화유리로 강화성능을 확보하기는 불가능하다.
화학강화유리는 주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용 유리, 손목시계 커버, 안경렌즈, 복사기, 가전용 유리 등에 사용되고 있다. 인테리어용 파티션, 조명 커버, 디스플레이 유리 등에도 적용되고 있다.
건축용에 화학강화유리 단독 사용은 제한적
복층이나 접합유리와 접목해 고투명 및 평활도 우수 특성을 활용한 고급 건축물에 활용 가능
앞서 언급한 내용을 토대로 건축용에 화학강화유리의 적용은 가능하나, 제한적이고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물리적 열강화유리에 비해 효율적이지 못하다.
화학강화유리를 후가공하여 강화성능을 유지하지 못한다면, 열강화유리와 동일한 전처리 가공 과정을 거쳐야한다. 열강화유리에 비해 화학강화유리는 딥핑 방식 등을 고려하면, 생산 시간부터 오래 걸린다.
화학강화유리는 일반적으로 건축용에 단독으로 권장되지 않는다. 외부 하중이나 충격이 거의 없는 부분에서 복잡한 가공성을 요구하거나, 표면 품질이 중요할 경우에 제한적이고, 보조적인 영역에서 사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화학강화유리 인증기준 및 해외 사례?
해외 기준 및 인증 현황에 화학강화유리가 포함되어 있는지도 살펴보았다. 유럽에서는 강화유리(EN 12150), 열강화유리(EN 1863), 접합유리(EN ISO 12543)가 주로 건축용으로 사용된다. 화학강화유리는 해당 표준 내 포함되어 있지 않다. 단, 화학강화유리를 사용한 접합유리 구조는 일부 고급 건축물에서 일부 사용되고 있다.
ANSI Z97.1 / CPSC 16 CFR 1201은 미국의 안전유리 기준으로, 충격테스트를 통과하면 화학강화유리도 제한적으로 사용이 가능하다. 뉴욕 Apple Store의 외벽 유리, 고급 인테리어 건축용 유리 등은 화학강화유리+접합유리 구조로 사용된 사례도 있다. 구조용 접합유리 내면에 화학강화유리 사용해 뛰어난 광투과성과 우수한 영상 및 평활도를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 도쿄 Gucci Flagship은 입면 유리에도 화학강화유리+접합유리 적용했다. 내부 프레임이 없는 구조로 역시 접합가공 및 보강 구조를 병행했다.
화학강화유리는 국내에 뚜렷한 표준과 인증이 없다는 것도 단점으로 지적된다.
(사)한국판유리창호협회 관계자는 “현재 화학강화유리에 대한 국내 성능기준 및 인증이 없는 상태에서 수입품이 증가하거나 공공기관에 적용되는 사례도 발생하여 시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단체표준 제정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최영순 기자]